제5호

 

王立宇宙軍 - 오네아미스의 날개 ('87)

감독 : 야마가 히로유키

 

      이번 영화는 야마가 히로유키 감독의 "왕립우주군-오네아미스의 날개"라는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유명했던 영화가 아니어서 만화를 많이 좋아하셨던 분들 빼고는 거의 모르시리라 생각합니다.

 

      영화의 배경은 오네아미스라는 실재하지 않은 왕국입니다. 주인공 '시로츠크'는 비행기 파일럿이 되고 싶어 인류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을 위해 설립된 '왕립우주군'이란 단체에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계속적인 실험 실패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게 되죠. 그러다 '리이쿠니'라는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에게 "우주로 날아가는 일을 하시다니, 꿈이 있어서 정말 멋지세요"라는 말을 듣고 갑자기 불이 붙어 훈련에 목숨을 걸기 시작합니다. 그러한 그의 단순함에 놀란 동료들도 훈련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되고 계속적인 실패로 정체되었던 계획도 급진전 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우주로 날아간 시로츠크와 지상의 리이쿠니의 나래이션으로 영화가 끝나게 됩니다.

 

      고등학교 때 자막이 없는 원판으로 봤었는데, 정말 재미가 없었습니다. 말로 진행되는 영화다보니 자막 없이는 정말 재미 없더라구요. 그러다 대학에 들어와 자막이 있는 것으로 봤는데 정말 이 영화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극적인 재미같은 것은 없습니다. 특출난 액션신도 없고, 긴박한 상황전개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은 바로 동질감(?) 입니다. 어쩌면 조금은 열등하기까지한 주인공의 모습에 대한 동질감이죠. 이 영화에서 영웅적 캐릭터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한 번쯤은 만난 듯한 지극히 평범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래서 더욱 친밀하고 가깝게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난 97년 부천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인 야마가 히로유키가 디지털 사운드를 새로 입힌 97년판 "왕립우주군"을 들고 왔었다고 합니다. 당시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열심히 살아가자, 힘내자. 뭘 하든 힘을 다하자" 정말 단순하기 짝이 없는 답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확실하고 정확한 진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제가 느꼈던 동질감도 그런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를 말하면서 또 하나 이야기 해야 할 것은 바로 그림입니다. 87년도에 만들었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완벽한 애니메이션 스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훗날 '신세기 에반게리온'으로 유명해진 안노 히데야키가 일일이 손으로 그렸다는 로켓 발사신은 헐리우드의 어느 SF영화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몇 년전에 만들어진 "아폴로 13"의 발사장면과 비교가 될 정도니까요.

 

      또하나, 이 영화를 말하면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영화 제작에 참여한 회사들입니다. 우선, 우리나라에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정교한 프라모델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완구 메이커 '반다이'와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 <신세기 에반게리온>,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가이낙스' 스튜디오가 그들입니다. 반다이 애니메이션 사업의 첫 극장판 작품인 이 영화의 제작을 위해 몇 명의 유능한 애니메이터들이 모였는데, 그들이 모여 만든 것이 바로 가이낙스였던 것입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인 '시로츠크'가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 보며 했던 나래이션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나레이션을 옮기며 글을 줄이겠습니다. 참, 우리나라에 <스페이스 캡틴>이라는 정말 얼토당토 않은 제목으로 출시 되었다고 합니다.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그리고 기회가 닿는다면 꼭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내요. (MOV010210)

 

시로츠크 : (우주선 안) 지상의 누군가, 이 방송을 듣고  있나? 나는 인류의 첫 우주 비행사다. 처음으로 인간이 별들의 세계를 누비고 있다. 산이나 바다가 그랬듯, 우주 역시 옛날엔 신이 지배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인간의 활동의 무대가 될 것이다. 영원히. 십중 팔구 우주는 쓸모 없는 곳으로 바뀔 것이다. 우리는 지상을 더럽혔고, 하늘을 오염시켰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찾아서 우주로 나왔다. 인류의 지배가 얼마나 계속될까? 이 방송을 듣는 누구에게든지, 부탁한다. 인류가 살아있는 것에 대한 감사기도를 - 방법은 따지지 않겠다. (기도하는 시로츠크) 어떻게든  자비를 보이시고, 은총을 베푸시고, 우리들의 죄의 역사 마지막에 우리를 어둠에 내버려두지 마소서, 우리들의 절망속에 하나의 빛나는 별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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