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의
사진은 제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던
93년 1월, 대전에 있는 외가댁 앞에서 찍은
것입니다. 벌써 8년이 다 되어가는 사진이군요.
당시
외가댁은 제가 아는 유일한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친가는 분당이었는데 시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문명의 혜택에 가까이 있는 곳이 었습니다.
또, 신도시가 들어 서면서 아주 박살이 나
버렸죠. 분당에 저수지 하나 있죠? 그 저수지
바로 옆이 저희 친가였습니다. 지금 가보면
정말 여기가 어딘가? 싶을 정도로 많이 바뀌어
있더군요.
그래서
대전 외가댁은 제게 참 소중한 곳입니다. 서울
바닥에 살면서 느끼지 못했을 지 모르는 많은
기억들을 심어준 곳이거든요. 초등학교 5학년
겨울방학 때, 외가댁 앞 얼어붙은 논 바닥
위에서 설매를 타다가 얼음이 깨져 발이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당시 주변에서 같이
놀던 꼬마들이 그러더군요. "너 이제
동상 걸렸어!" "동상 걸리면 다리
잘라야돼!" "빨리 병원 안가면 죽을지도
몰라!" 발목까지도 안차는 물이었는데,
집까지 오는 1-2분의 길에 어찌나 울었는지
어머니가 놀라 맨발로 뛰어 나올 정도였습니다.
물론 집에 와서 엄살 부린다고 혼나기만 했죠.
가끔
저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외가댁에서 있었던
많은 추억들이 생각나곤 합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떠오르기도 하고,
똥개 해피와 놀던 생각, 한 겨울에 우물가에서
발가벗고 목욕하던 일, 동네 개울가에서 수건으로
물고기 잡던 일 등등.
모르는
누가 보면 그냥 평범한 나무 사진이겠지만,
저에게는 나무 이상의 얘기를 하고 있는 사진입니다.
가끔 사진만큼 보기 힘든 매체도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영화는 영상과 소리 설명하고, 문학은
글로 설명하고 있지만, 사진은 부동의 그림
이외에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자기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그 사진의 깊이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게죠. 어쩌면 그래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HO01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