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지
모르겠는데, 이번 영화도 86년도에 만들어진
영화네요.(전 호에 소개했던
나쁜피도 86년에 만들어진 영화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86아시안 게임이 열리고,
저는 겨우 초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그와 같은
시간에 세계 각지에서는 아주 끝장의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보신
분들이 꽤 될거라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명품'
취급을 받았던 영화였으니까요. 그리고 영화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온 나라가 영화붐에 미쳐
버렸던 95년에 개봉을 했으니까요. 저 역시
예외없이 그 영화붐에 탄생한 시네키드로서
나름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개봉하는 날
가서 봤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죠. "아! 이게 바로 명작이구나.
정말 이렇게 졸리다니, 정말, 정말 최고의
명작이다!"라고. 그리고 다시는 이 따위
영화는 안보겠다고 속으로 몇 번이고 다짐을
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우연한 기회에 이 영화를 비디오로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습니다. "아! 이게 바로 명작이구나.
정말 이렇게 아름답다니, 정말 정말 최고의
명작이다!"라고. 그리고 앞으로 이런
영화는 꼭 봐야겠다고 속으로 몇 번이고 다짐을
했습니다.
본지가
너무 오래 되어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그 아름다운
풍경은 아직도 정확히 그려낼 수 있습니다.
아마 보신 분들중에 이 처음과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고 계시는 분이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거기에 흘렀던 음악이 <바하의 마태수난곡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곡이라는데, 도저히 어디를 돌아다녀도 찾을
수 가 없어 넣지 못했습니다. 구하는데로 링크시켜
놓도록 하겠습니다.
타르코프스키
감독은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어느 분야이건, 유작은 항상 본래의
평가 이상의 가치를 가집니다. 즉, 똑같은
작품이라도 유작이라면 더 많은 가치가 부여된다는
것이죠. 그가 뱃속에 암을 안고 만든 유작의
제목은 "희생"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잘못된 것을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희생"의
가치와 숭고함이었는데,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겨우 첫장면과 끝장면의 아름다운 풍경
뿐이었으니까요. 이 영화가 유작이라는 이유로
더 크게 포장되었음에도 우리는 감독의 진실에
전혀 접근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