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호

 

 사진에 대한 순간의 잡담

 

      이번 호엔 마땅히 올릴 만한 사진을 가진 것이 없어, 다른 분의 사진에 대한 감상을 몇자 적을 까 합니다.

 

      저희 학과 학회중에 보도사진반이란 학회가 있는데, 그 학회 모토가 "시간을 멈추는 사람들"입니다. 사진의 속성을 한 단어로 아주 잘 묘사한 문장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진은 영화처럼 움직이는 그림이 아닌, 단 한 장의 정지된 컷으로 존재하는 예술입니다. 움직이지 않고 말하지 않는 하나의 멈춘 그림이라는 얘기지요. 하지만 그 속내엔 그 어떤 글과 동영상이 대신 할 수 없는 깊은 커뮤니케이션적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사진작가 신철균님의 66년 작품(제목은 잘 모르겠습니다.^_^;)입니다. 담뱃불을 빌려주는 일용직 근로자의 모습 같은데요, 아마도 사진속의 두 분은 지금 쯤 고령(?)이 되셨을 겁니다. 하지만 그 분들은 여전히 웃통을 벗고 담뱃불을 나누어 피는 2-30대의 청년입니다. 말 그대로 시간이 멈추어 버린 것이지요. 그리고 지금도 위 사진은 그것을 보는 시대와 사람에 따라 새로운 의미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사진입니다. 요즘처럼 호박을 다이아몬드로도 변장 시킬 수 있는 시대에 어떠한 꾸밈도 없는 흑백 사진 한 장이 아름답다면 "글세-" 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꾸미지 않은 모습은 항상 아름답습니다. 또한 인생의 수 많은 날 중에서 하루라는 짧은 시간에, 또 그 짧은 시간 중에서 휴식이라는 더 짧은 시간에, 그렇게 짧은 시간에 담뱃불을 나누어 피는 '순간'의 모습은 우리의 감정을 동요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일 것입니다. 10초도 붙어 있지 않았을 담배가 이제 영원히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보며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그 어떤 매체도 대신 할 수 없는 사진만의 매력일테구요.

 

      흔히 "잘 찍은 사진이다"라고 말해지는 사진들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운이 좋은 사진 작가들이 있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대부분(특히 퓰리처상 등의 사진들)의 사진들이 정말 순간 포착으로 승부를 하는 사진들이거든요. 즉, 풍경사진처럼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있을 그런 대상에 대한 사진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평생 다시는 볼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사진이라는 거죠. 얼마나 운이 좋으면 저 긴박한, 순간적인 상황에 셔터를 누를 수 있었을까?란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꼭 운이 따르는 것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잘 찍는 사람이 항상 잘 찍으니까요. 한 사람이 그렇게 수 많은 운을 타고 날 수는 없겠죠. 뭘 해도 되는 사람들이 뒤로 넘어져도 1000원을 줍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무심코 흘러가는 순간을 누가 먼저 어떻게 잡아내느냐의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운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어째 열심히 하면 된다는 식의 얘기가 되어 버린 것 같네요. ^_^;  여하튼 사진의 세계는 들어갈수록 참 미묘하고 심오합니다. 찍어 놓은 사진이 없어 잡담만 늘어 놓은 것 같네요. 다음 호에는 제가 찍은 사진으로 찾아 뵙도록 하죠. (PHO01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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